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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길청 칼럼] 저금리와 기초연금
 
한국인권신문 기사입력  2019/01/16 [09:27]

 

 

    

[한국인권신문=엄길청]

마이너스 금리가 현실에 등장한 사례로는 1970년대 초 스위스가 당시 유가폭등으로 빚어진 인플레이션을 피해서 국제적으로 스위스로 몰리는 해외 유입자금을 막기 위해 사용한 것을 들 수 있다. 그 후 2010년에 스웨덴과 덴마크가 유럽의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역시 같은 맥락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선택한 바가 있고, 근자에는 유럽중앙은행도 이런 선택을 했다.

 

마이너스 금리를 기준금리로 사용하면 은행들은 다시 이를 예금자에서 전가하게 되는데, 현실적으로는 이런 상황에서 가능한 금융행위는 국채의 소요가 늘거나 우량기업의 채권수요가 느는 것을 들 수 있다. 즉 정부나 좋은 기업은 아주 적은 금리로 또는 반대의 수익으로 자금을 조달하는 혜택을 본다. 또 이 정책이 순기능을 하면 양적완화의 효과를 통해 근년의 미국처럼 어려워진 경제가 서서히 살아나게 된다.

우리도 지금 아주 낮은 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연말에 금리를 한차례 올리긴 했으나 그래도 미국의 기준금리보다 낮다. 1.75%의 기준금리를 가진 우리에 대해 미국 역시 연말에 인상하여 2.25-2.50%의 기준금리를 유지하고 있다.

 

참 언감생심이다. 언제나 우리보다 몇 분의 1의 저금리를 가진 미국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 더 낮은 금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 기업들의 대외 수익성과 자금사정이 좋다는 뜻이고 당연히 경상수자에서 흑자기조가 유지되고 있으며, 국가적으로 높은 신용등급과 안정된 외채구조와 넉넉한 외환보유고를 가지고 있다는 소리다,   

 

우리는 지금 OECD국가 중에서 4.0%대의 GDP에 대비한  R&D 투자비중을 가진 최선두의 기술투자 국가여서 저금리의 혜택이 과소비나 투기로 심각하게 가고 있지는 않은 비교적 건전한 국가로 볼 수 있다. 다만 최근의 서울지역 주택가격은 다소 이런 영향이 있다고 보지만, 서울에 존재하는 장기간의 주택투자 규제로 보면 그 역시도 제한적이라고 본다.

 

그런데 새해를 맞아 대통령이 지난 연말에 실용적인 경제팀으로 바꾸더니 즉시 벽두부터 대기업 총수를 만났다. 얘기인즉 규제를 풀을 테니 고용과 투자를 늘려달라는 주문이었다. 결국 이날 회동으로 대통령의 이후 경제정책은 기업의 투자지원과 고용창출을 통한 성장선회로 방점을 찍은 것이다. 그간 강조해오던 소득주도와 공공일자리 개념을 일단 한발 물린 것이다.

 

그런데 또 하나 들리는 소식은 오는 4월부터 소득과 재산이 하위 20% 구간의 65세 이상 국민에게는 기초연금을 30만원으로 올려 지급한다는 소식이다.

 

사실 이 모든 얘기는 긴 세월을 한국경제를 분석해온 입장에서 보면 모두 꿈같은 소리들이다. 금리는 고사하고 한 푼이라도 더 빌려오려고 백방으로 해외로 뛰어다니던 시절이 엊그제인데, (실제로 필자는 80년대 중반 최초의 삼성전자 유럽 해외전환사채 발행 시 주간사 회사의 기업분석 책임자였다) 우리나라가 어느 새 미국보다도 낮은 금리구조를 가지고 있고, 기업의 연구개발과 기술투자 비중이 세계정상권이 있으며, 그런데다 기초연금을 올린다고 하니 이 무슨 호사인가 싶다.

 

이 모든 일들의 뒤에 저금리 세상이 있다. 투자와 소비가 줄어서 금리가 내려가면 소위 디플레이션이 되는데, 일본이 장기간 겪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저금리의 기반이 주요 기업들의 대외 수익성, 낮은 국제금리 수준, 높은 우리나라 신용수준, 장기화되는 생산물가 안정 등을 들 수 있다.  

 

기업들마다 각자의 사정이 다르겠지만, 이런 우리나라 현실에서 기업들이 사업을 하기는 거시적 환경 면에서는 이전보다 그리 어렵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의식한 고용을 늘리는 문제는 또 다른 사안이다. 기업들은 모두 제각각 글로벌 환경에서 무한경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자기 나라의 고유한 사회적 고용부담을 지고 글로벌 경쟁에 나가서 좋은 성과를 거두긴 어렵다.

 

대신 기업은 이런 국가의 현실과 기업의 부외(off the book) 성과를 생각한다면, 법인세 중세가 아닌 국내 거액투자자의 배당총액 내에서 일부 공익배당을 추가하여 실시하면 좋겠다, 그리고 그 재원으로 기초연금을 점진적으로 늘려서 사회지출이 아닌, 우리나라 국민이라서 당당히 받는 공익배당이란 이름으로 고루 지급하면 좋겠다. 

 

물론 배당수익률이 낮으면 주가수익률도 낮아지는 것이 이론이지만, 저금리가 장기적으로 유지되는 상황에서 직접 고용부담을 늘리지 않고 R&D를 증가시키면 지식가치 기업이라면 주가 효과는 더 크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처럼 주요 기업들이 조용히 저고용 성향의 R&D 투자만 늘리고 본격적인 공익배당을 검토하지 않으면 부득이 국가는 전체 사회발전을 수반하는 않는 기업혁신을 전적으로 동조하고 지원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청와대 회동은 그런 점에서 “보이는 국가의 협력”과 “보이지 않는 국민의 압력”이 함께 한 자리로 여겨진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글로벌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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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9/01/16 [09:27]  최종편집: ⓒ 한국인권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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