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경제를 하는 사람과 보는 사람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9/01/05 [06:18]

 

 

[한국인권신문=엄길청]장차 경제가 아무리 어려워도 경제활동을 직접 하는 사람들은 항상 무언가를 투자하고 있거나, 만들고 있고나, 팔고 있거나, 짓고 있다. 그래서 돈이 없는 사람들이라도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일할 거리가 있고 작은 수입이라도 벌이가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경제를 하는 사람들의 행동의 세계이고 그들이 선택한 운명 같은 노선이다. 그들은 늘 그렇게 운동장에 있다.

 

그러나 경제를 둘러싸고 소위 영향을 미치고자 하고 있는 정책 입안이나 정보공급의 세계는 누구도 직접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주로 금융사정을 관리하고, 투자를 조정하고, 생산에도 간여하려고 많은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늘 이런 저런 주로 신중하거나 가라앉거나 또는 흥분하는 제스추어나 코멘트들이 많은 편이다. 이게 소위 경제를 보는 사람들의 세계이다. 그들은 늘 그렇게 스탠드에서 보고만 있다.

 

2019년 새해 들어 글로벌 금융시장의 동향을 보면서 많은 우려들이 쏟아져 나온다. 그러나 아무리 그래도 올해는 또 90조 달러에 달하는 경제활동은 이 지구촌에서 나올 판이다. 아무리 반도체시장이 위험하다 해도 삼성전자 주요 경영주주들은 올해도 여전히 주식을 가지고 있을 터이다. 현대차가 아무리 어려워도 주주나 직원들은 생산이나 개발을 멈추지 않는다. 한국항공우주가 깊은 나락으로 주가가 내려가고 있어도 그들은 중국의 달나라 착륙소식에 강한 자극을 받아 우주개발을 꿈꾸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경제를 보는 사람들이  행동하는 사람들의 앞에 너무 나서지 말아야 할 때이다. 그들은 이미 두 가지의 방향을 잡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는 앞으로의 기업 활동에서 사람의 직접적인 참여는 구조적으로 줄여갈 것이란 점과, 자원의 사용도 줄여갈 것이란 점, 그리고 저가품 생산도 줄여 나간다는 점이다. 그게 4차 산업혁명이 주는 메시지이기 때문이다.

 

사업의 세계만 놓고 보면 총인건비와 총생산원가 비중이 점점 내려가고 상품을 최고급으로 판다면 누가 사업을 하지 않겠는가. 그 구체적인 전략을 세우기가 어려운 게 문제일 뿐이다.

지금 뉴욕에 가면 맨해튼 요지에 초고층 빌딩이 줄줄이 올라간다. 이는 이전의 마천루 건설 붐과 경기불황 사이클의 관계가 아니다. 새로운 지능도시 건설시장의 출현이다, 그 장소는 모두 부유층 동네이고 바닥이 아주 작은 면적에 이전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지능디바이스 과학건물들이다.

 

그들이 결코 금융부채를 사용해서 분양하고 빠지는 그런 건물들이 아니다. 오랜 시간 양적완화와 저금리로 나타난 낮은 금융수익 현실과, 점점 첨단도시로 몰려오는 스마트경제 시대를 미리 내다보고 가장 좋은 장소에 장기 고정자산 선점으로 방향을 튼 것이다.

그들은 대부분 거부들의 패밀리오피스 돈들과 사모펀드들이다. 그래서 세계 부동산 시장을 그렇게 간략하게 하나로 보지 말아야 한다.

 

맨해튼도 공공용지를 중심으로 개발하는 허드슨 야드가 있지만 주변에 신축되는 초고층 건물들은 수익형 분양건물들이 아니라 자기 자산관리회사들의 장기 고정자산 취득이 대다수이다, 대도시의 초기에 나타나는 수익형 건물 짓기는 상하이나 뭄바이에서나 하는 일이다. 그런 곳은 여차하면 늘 거품이 생기고, 또 금융사정에 따라 그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근년에 호주 부동산이 넓고 싼 부지에 주로 개발업자들이 단기 수익형으로 많이 짓다가 지금 곤욕을 치르고 있다. 꼭 30여 년 전 도쿄 외곽 평야지대로 집을 지어나가다 낭패를 본 일본의 경우나, 단기수익 분양업자들이 달려가 여기저기 변두리에 지어놓은 우리의 지방도시 미분양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유서 깊은 도심의 지주들이 자기 돈으로 더 나은 동네를 지으려는 서울의 요지의 재건축은 사정이 다르다, 그들은 당국의 규제만 보고 있을 뿐이다. 대개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이 또한 어느 정도 푼다고 보는 게 오래 경제해온 사람들의 직관이자 혜안이다.

 

그러나 중국의 문제는 사정이 좀 다르다고 본다. 이제 중국은 본격적으로 중진국 함정(middle income trap)에 들어가는 인상을 준다. 그들이 브릭스(BRICs)란 이름으로 등장한 시기는 2003년 당시 골드만 삭스의 “dream with BRICs, path to 2030" 이란 보고서부터이다. 당시는 닷컴 버블이 터지고 나서 실물경제의 소중함이 새롭던 시절이고, 줄어든 지갑으로 대형할인점이 확장해 저가소비가 붓물을 이루던 시절이다. 그래서 투자용 돈도 생산주문도 중국으로 가기 시작한 시절이다, 그 봇물은 2008년 이후 달러 양적완화가 더 부추겨서  2013년경에 정점에 달했다. 롯데도 현대차도 폭스바겐도 그리고 이랜드도 그 때 수업료 참 많이 냈다.

 

중국은 지금 그들 스스로 부채를 줄이고 고정자산 투자규모를 축소하려고 하고 있다. 아마도 다신 그들의 굴기목표이자 자부심 라인인 7-8% 성장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이건 국민소득이 1만 달러도 채 안 되는 나라로서, 더욱이 불평등이 만연한 사회주의 시장경제 국가로서 중대한 시련이다. 장기 성장국면에서의 돌발 긴축이란 자발적이고 민주적인 합의 없이 하기 정말 어려운 정책선택이기 때문이다. 우린 IMF 외환위기 그 어렵던 시기에 다행히 투명하고 민주적인 정부를 가지고 있었다.

 

이제 중국의 험로는 마치 불을 보는 듯하다, 시진 핑은 아마도 미국에 몽니를 부릴 가능성도 있지만, 이미 글로벌 투자자들은 중국에 대한 마음의 준비가 거의 다 되었다. 그리고 글로벌 소비업자들도 이제 중국시장에 마음을 닫으려는 모양이다. 이번 애플의 실적 실망은 그런 경우로 보인다. FANG, 그들이라고 다 잘하는 것은 아닌 것이 이 일로 입증된 셈이었다. 애플의 실적 악화는 이미 어느 정도 투자분석가라면 예견(predict))된 일인데, 아직 어린 기업인 FANG 그들은 스스로 작금의 성과에 젖어 긍정의 예단(prejudgment)에 빠진 것 같기도 하다. 아마 그들도 이런 시련 속에서 배우리라 본다.

 

이젠 G-7은 "beyond china"를 대비할 시기이다. 중국은 지금 연간 12조 달러 정도의 경제규모를 가지고 있지만 내수가 70%가 넘으니 글로벌 공급의 파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동남아 등지의 “post china"가 있다. 다만 여러 나라의 중국으로의 수출은 상당한 각오가 필요하다, 수입이든 수출이든 저가 상품들의 수난이 바로 이것을 의미한다.

 

현재 세계 경제의 15%내외의 비중을 가진 중국에게 남겨진 앞으로의 2030년까지 골드만 삭스 보고서가 예측한 확장공간은 20% 비중 정도였으나, 그러기 위해선 아주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어쩌면 요원할 수도 있겠다. 4차 산업혁명은 시간이 갈수록 인력공급이나 자원보유나 대중소비로 성장하는 경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러 가지 자원으로 가는 나라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인력도 함께 포함된 러시아, 브라질이나, 그리고 선진국이지만 자원비중이 큰 호주, 캐나다 등도 힘든 시기를 맞을 수 있다. 원유가격이 말해주듯이 이란정부의 자립적 저항시간도 그리 길지 않을 전망이기도 하다.

일련의 연초 글로벌 금융장세로 인해 미국의 금리인상이 대체로 현 수준 안팎에서 합리적인 안정화 근거를 찾으려는 것 같다. 그러면 됐다. 적어도 이 금리수준이라면 장기 고정자산의 자기자본 투자는 글로벌 선진국의 대도시에서는 큰 불안은 없을 것이다.

 

주식시장은 어차피 누구도 모르지만, 이번 일로 시작하여 그린스펀 전 FRB의장이 말한 미국증시나 부동산이 다시 금융공황을 만나진 않을 것 같다. 이 시기가 더 자극이 되어 미국,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그리고 우리나라가  즉 "new G-7"이 되어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조금씩 높여 나갈 때 그동안 말로만 하던 4차 산업혁명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경영진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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