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길청 칼럼] 스마트 시티와 슬로우 시티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12/27 [09:21]

 

 

[한국인권신문=엄길청]

캐나다의 토론토는 겨울이 길고 춥다, 다른 대륙으로부터 멀고 인근의 작은 도시들도 멀찌감치 떨어져 있다. 게다가 도시 주변의 평원이 넓디넓어서 이래저래 맨해튼처럼 도시의 응집력을 갖기가 쉽지가 않다, 사실 비행기로 2시간이내 거리에, 자동차로 10시간이내 거리에 세계 최대이고 최고의 일류도시 뉴욕을 두고 있어 그를 상대로 도시경쟁력을 갖기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캐나다의 대부분의 도시들이 그런 상황이란 캐나다정부는 관대한 이민정책을 통해 사람들을 불러들여온 터이다.

 

그런 토론토가 지금 스마트시티를 건설하고 있다. 오대호의 하나인 온타리오를 중심으로 선박의 왕래가 번창할 때 왕성하던 부두의 공장부지와 창고부지 근처를 구글이 맡아서 초지능형 스마트도시로 건설하고 있다. 이미 토론토는 추운 날씨 탓에 도심부의 지하를 광범위하게 연결한 상태여서 스마트시티 건설이 비교적 용이한 도시이다.

 

영국 런던은 추운 날씨와 복잡한 도시교통을 해소하기 위해 이미 160여 년 전인 1854년에 지하철을 건설한 바 있고, 그 기술을 살려 50킬로미터에 달하는 도버해협 밑을 파고 1994년 프랑스를 잇는 해저터널을 완공해 섬나라에서 대륙으로 변신한 바 있다.

 

지금 지하가 다시 속도의 요람으로 거듭나고 있다. 테슬러의 경영자인 일론 머스크는 이번에 그가 2년 전 공언하던 지하초고속터널을 일부 LA에서 개통했다. 시속 250킬로미터로 3킬로미터가 조금 넘는 터널을 호손이란 자기 일터에서 공항으로 연결한 것이다. 그는 늘 공항으로 가면서 만성적인 교통체증에 짜증을 내곤했다고 한다. 8-16명 정도가 타는 플렛폼을 만들고 그 뒤에 다시 차를 달고 가는 진공터널 시스템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정류장과 차를 싣고 가는 것이다. 그는 아마도 우주 가는 길도 이런 식으로 개발하고 있을 것 같다, 그는 이미 하이퍼 루프라는 초고속철도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시속 1,200킬로미터의 지하 터널로 가는 이 기차는 샌프란시스코와 LA, LA와 뉴욕, 워싱턴과 뉴욕 등을 개통 목표로 개발 중이다, 워싱턴에서 뉴욕은 중간에 볼티모어와 필라델피아만 선다고 한다.

 

만일 이 속도를 서울 부산에 적용하면 20분이면 가능하고, 서울 부산 오사카 도쿄를 연결하면 반나절 안에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육로로 하나가 된다. 이렇게 되면 물론 한일해협에 당연히 해저터널이 만들어 질 것이다.

스마트 시티는 어떤 장소에도 인간의 생존이 가능한 완전한 지구도시(terra-forming city)의 건설이다. 우주에도 해저에도 지하에도 그리고 극지에도 가능한 인공도시 시스템이다.

 

만일 이 속도로 지하 이동이 가능하다면 지구는 언젠가 북극을 중심으로 하나의 육지로 연결이 가능하다. 캐나다의 퀘벡 근처에서 그린란드(인구 6만 명)는 비교적 가깝다. 그리고 그린란드에서 아이슬란드(인구 30만 명)가 가깝고, 아이슬란드에서 또 덴마크의 페로제도(인구 5만 명)를 연결하고, 다시 영국의  메인랜드(인구 2만명)섬을 연결하면 영국본토와 노르웨이가 그리 멀지 않다. 그리고 러시아의 시베리아와 미국의 알래스카는 이보다 훨씬 가깝다. 또 싱가포르에서 인도네시아가 아주 가까운 거리이고, 동부의 인도네시아와 호주도 정말 가깝다. 이를 연결하면 모든 대륙이 하나가 된다.

 

먼 훗날 이렇게 된다면 모든 지구의 나라들이 빙하기 이전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일이 지금 나비효과처럼 거대하지만 미미하게 시작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항상 새로운 역사의 진화는 어느 한 사람의 엄청난 도전에서 그 단초나 빌미가 생기고, 다시 다른 인간들의 위대한 승리가 이어지면서 기정사실로 이루어진다. 그래서 어떤 일이든 인간이 꿈을 가지고 도전하면 시간이 가면 반드시 가능한 일이다.

 

사실 캐나다는 소위 휴식과 힐링의 슬로우 시티로 가면 정말 성공하기 좋은 천혜의 자연을 가진 나라이다. 그러나 이 나라를 찾아온 사람들은 모두 꿈을 이루기 위해 유럽에서 건너 온 사람들이다. 혹독한 추위와 싸우면서도 그들은 사람들이 언제나 꿈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그런 나라를 만들려고 일부러 먼 길을 돌아 찾아온 곳이다.

 

우리나라의 지방에 가면 도시발전 전략으로 슬로우시티라 칭하는 작은 도시들이 있다. 좋은 풍광과 따뜻한 인간애가 넘치는 그런 마을들이다. 글자 그대로 느리게 사는 마을들이고 인간의 복잡한 머리를 식히는 곳이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도 그런 마음으로 느림 속에 평안을 찾고 또 위로를 받는다. 그러나 이런 도시는 잠을 이루기에는 좋은 곳이지만, 꿈을 꾸기에 알맞은 도시는 아니다.

 

이렇듯 지상의 자연과 일상의 여유에 서정적으로 취하면 불현듯 곳곳에서 일어나는 삶의 진화의 실상이나 그 진화속도를 좀처럼 헤아리기 어렵다. 지금 가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산업기술의 가치혁명은 느림의 저항이 없는 차세대반도체, 연료전지. 유전자, 미생물, 첨단신소재, 대체에너지, 인공양식 등 인공경로에서 펼쳐지는 초 지능공간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제 자연에 기대어 사는 삶은 더 이상 이전의 가치속성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공산이다. 그냥 자연은 그 자체의 존재로 이해되고 또 그렇게 돌아갈 것이다. 언제나 새로운 가치는 인공적으로 무제한적인 탐구과정 속에서 일어나고 또 눈부시게 혁신해 나갈 것이다. 문제는 사람마다의 지능속성이나 혁명욕구가 다르다는 점이다.

 

지금 나의 삶이 부지불식간에 느리고 편한 자연을 향하고 있는 지, 아니면 복잡하고 또 어렵더라도 인공의 온전한 지혜의 세상을 받아들이는지가 장차 개인 삶의 진화여부를 가르게 될 것이다.

자녀가 혹시 지나치게 가상 세계나 트랜스휴머니즘에 빠져 드는 것을 너무 백안시할 일이 아닌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보다는 일부 매체들이 조장하는 것처럼 그저 맛있는 음식을 만들거나 먹는 일에나, 몸이나 옷이나 장식을 치장하는 일에나, 여기저기 구경하며 돌아다니는 일에나, 힘들게 육체적으로 움직이는 일에나, 또 늘 친구들 사이에서 음악이나 춤에 빠져들어 지내면 그 아이는 어쩌면 서서히 미래적 인류의 진화 괘도를 벗어나는 조짐일 수도 있겠다.

 

엄 길청(글로벌캐피탈리스트/진화경영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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