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칼럼 228> 이외수 작가에 대한 비난은 예술에 재갈을 물리는 꼴이다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10/22 [09:51]

 

 

[한국인권신문=배재탁] 이외수 작가가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함량 미달의 독해력으로 제 글을 멋대로 해석해서 태클을 거는 것까지는 참아 줄 수 있어도, 추한 늙은이라는 둥, 빨리 뒈지기를 바란다는 둥, 악담을 일삼는 놈들은 저도 수양이 대단히 부족해서 벌레나 동물 취급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라고 올렸다. 지난 10일 이외수 작가가 자신의 SNS에 ‘단풍’이란 글을 올린데 대해 일부 누리꾼들이 여성을 비하했다고 비난한 데 대한 반박이다.

    

 

    

지난 16일자 여러 신문에는 한 사람이 작성해 배포한 듯 유사한 내용의 기사가 동시에 게재됐다. 그 내용을 보면 복효근, 김훈 등 기성작가들이 작품 속에 여성 혐오적 내용을 담고 있다고 비난했을 뿐만 아니라, 이외수 작가를 옹호한 류근이나 이원규 시인까지 싸잡아 비난했다. 한편 “그 글 중 일부는 이제 소수자 혐오와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다는 것도요. 독자를 두려워할 줄 알아야합니다. 작가는 애초에 가르치는 존재가 아니니까요.”라는 비판도 덧붙였다. “이외수 작가 등은 한물 간 늙은이로,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는 채 지 멋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의미다.

(참고: 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866019.html)

    

그런데 “단풍”이란 글에 나오는 “저 년”이란 표현은 실제 여성들끼리 흔히 쓰는 단어다. 꼭 비하하는 의미도 아니고, 친한 사람들끼리 친근함의 표현일 경우도 많다. 남성 작가가 “저 년”이란 단어를 썼다고 여성 비하 어쩌구 하는 건 이중적 잣대다.

    

만약 위의 논리라면 여성 작가가 “고목”이란 제목으로 “저놈 밑동은 운동선수 아랫도리처럼 참 우람하게 튼실하게 생겼다”라는 글을 썼을 때, 이는 남성 비하 내지 혐오의 표현일 수 있다. 그러면 이를 문제 삼을까?

    

이번 일 하나를 놓고 보면 별 문제시 될 것도 없는 일이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이 눈에 쌍심지를 켜고 “여성과 비하 관련해서 걸리기만 해봐라, 완전히 보내버린다”라는 식으로 펼쳐 놓은 그물에, 이외수 작가가 걸려든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즉 어쩌다 이런 표현이 한번 나왔다고 해서 집단으로 들고 일어나 도가 넘는 비난을 하는 건, 오히려 유명 기성작가를 공격하면서 일종의 집단 카타르시스를 느끼기 위해서나 이슈화하려는 의도가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이런 시각으로만 예술을 계속 본다면 좀 더 나아가 사실적인 누드화나 누드사진 또는 누드 조각도 여성의 아름다움을 표현한 예술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 여성의 나체를 악용한다”고 주장할 것 같다.

    

예술이나 문화는 ‘안 되는 게‘ 많을수록 발전하지 못한다. 예술을 전체 맥락으로 봐야지 단어 하나나 일부를 가지고 평가하면 이는 검열과 같아서, 그런 사회에는 틀에 박힌 ’박제 예술‘만 남게 된다. 70년대를 살아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검열이 심했던 당시 대중음악 소재는 오로지 ’순수 자연 예찬‘이나 ’사랑 타령‘ 또는 ’체제 선전‘이 전부였다. 그런 상황이었다면 지금의 한류는 없다.

    

필자는 여성을 비하하거나 혐오하는 표현을 마구잡이로 쓰자는 얘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예술은 예술로 이해해야 한다. 필자도 이번에 문제를 삼은 “단풍”이란 글을 자세히 읽었지만, 여성 비하보단 작가의 절묘한 비유에 감탄했다.

    

만약 이외수 작가를 비롯해 여러 작가들을 이런 식으로 비난한다면, 많은 제약과 눈치 보기 속에 상당한 예술이 위축될 밖에 없다. 왜냐하면 예술가들에게 “이런 표현은 이런 소수의 사람들을 비하하는 것이고 저런 표현은 또 다른 소수의 사람들을 비하할 수 있고... ”하는 식으로 정신적 제약이 점점 늘어갈 것이고, 이는 곧 예술 발전에 재갈을 물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배재탁 기자 ybi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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