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는다칼럼 - 204> 메르스보다 더 무서운 공포 언론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09/11 [10:45]

 

 

[한국인권신문= 배재탁] 메르스가 다시 등장했다.

메르스라고 하면 필자에겐 정말 나쁜 기억이 있다. 필자를 비롯한 몇 사람은 지난 2014년 가을부터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매거진을 준비했다. 이듬해인 2015년, 갖은 어려움 속에 간신히 창간호를 내고 2호를 발행하려 할 때 메르스가 터졌다. 그 많던 중국 관광객들은 갑자기 발길을 끊었고, 필자를 비롯한 몇 사람은 망했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호텔 등 많은 사업체들이 망했거나 큰 어려움을 겪었다.

    

문제는 그 당시의 언론이었다.

마치 무슨 재난 영화처럼 엄청나게 떠들었다. 모든 언론이 메르스가 정말 무서운 바이러스이고, 그것이 창궐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처럼 앞 다투어 보도했다. 연일 거의 모든 언론의 톱기사는 “또 O명 사망” 이런 식이었다. 그래야 독자들의 시선을 끌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외국인이 볼 땐, 한국에 갔다가는 시체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건 당연했다.

    

어느 날 모 유력 일간지 1면 헤드라인으로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메르스로 또 한 명 사망”이란 기사가 났다. 그런데 막상 기사를 자세히 읽어보니, 사망한 사람은 암 말기환자로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고 치료 중 3개월 지난 상태에서 메르스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대부분의 독자들은 헤드라인만 읽지, 구석 기사까진 시선이 안 가고 기억도 못한다. 그냥 또 한사람이 메르스로 사망했다고 두려워했다.

    

그토록 무서웠던 (필자는 감염보다 사업이 망해서 더 무서웠지만) 메르스는 12월 23일 '상황 종료' 되었지만, 한참 동안 관광객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사실 중국 관광객들이 돌아올 만하니까, 이번엔 ‘사드’ 문제로중국 관광객들이 발길을 또다시 끊더니 지금까지도 일부만 오고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메르스가 언론에서 그렇게 호들갑을 떤 만큼 무서운 질병은 아니었다. 그 난리를 쳤던 2015년, 우리나라 메르스 감염자 수는 186명이었고 그중 38명이 사망했다.

    

대한감염학회는 우리나라에서 매년 단순히 독감으로 사망하는 사람은 연간 200여 명에, 독감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합하면 연간 사망자 수는 2,000~3,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우리나라에서 2017년, 비브리오 패혈증에 감염된 사람은 43명이고 그중 22명이 사망했다.

 

사망률로 따지면 비브리오 패혈증이 메르스보다 훨씬 더 무섭고, 사망자 수로 따지면 독감이 더 무섭다. 그런데도 언론은 독감이나 비브리오 패혈증에 대해선 별 얘기 없고, 메르스만 딥다 파고 있다.

    

필자는 메르스 방역을 하지 말자거나 메르스를 우습게 알자는 게 결코 아니다. 언론이 국민들을 더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는 얘기다.

메르스에 대해 “방역만 잘하면 안 걸린다”라고 할 수 있는 걸, 굳이 “걸리면 죽는다!”라고 떠들고 있다.

    

당해 본 사람만이 아는 넋두리일 수 있지만, 필자는 지난 메르스 때 언론이 무엇을 했는지 알고 있다.

따라서 지나친 공포 조장으로 인해 국민들의 활동이나 산업이 위축되지 않도록, 현명하게 보도할 것을 모든 언론에 촉구하는 바이다.

    

<묻는다일보 발행인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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