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명상일기 222 : 우리가 지금 잊고 살고 있는 것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08/29 [09:33]

 

 

[한국인권신문=유석태] 몇 년 전 세상의 소란에서 좀 벗어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신문을 끊었다. 처음에는 조금 나아지는 듯했다. 하지만 실시간으로 전하는 휴대폰의 뉴스는 사람을 잠시도 그냥 놓아주지 않았다. 현대인은 삶의 순간순간 밀물처럼 쏟아지는 뉴스의 홍수로부터 잠시도 편할 날이 없다. 정치가들의 끝없는 부정, 사회 계층 간의 대립, 갈등, 공격, 냉소, 충격, 사건 등 온갖 주의주장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진정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기란 지극히 어렵다.

 

이 모든 갈등과 혼란의 근원을 추적해보면 결국 문제의 근본 원인은 돈이다. 우리 사회의 빈부의 격차가 심각하다 보니 그럴 법도 하다. 먹고사는 것이 가장 일차적 문제라는 것도 인정한다. 그런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먹고사는 문제로 분투하느라 삶의 다른 가치를 다 잊고 사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말을 하면 혹자는 배부른 소리라고 반박할 것이다. 그런 면도 분명 있다. 그런데 우리네 인생사가 온통 먹고사는 것이 전부라면 과연 그런 삶이 진정 살만한 가치가 있을까?

 

인류의 정신문화가 가장 찬란했던 고대 그리스 말기에도 이런 문제에 부딪힌 것 같다. 철학자 디오게네스는 어느 밝은 낮, 등불을 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었는데, 이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비웃자, 그는 그 등불이 정직한 사람을 찾기 위한 것이라고 대답한다. 소크라테스의 다음 외침은 참으로 처절하면서도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아테네 사람이여! 그대의 도시는 가장 위대하며, 지혜롭고 강하기로 명성이 자자하오. 그럼에도 그대는 부와 명예는 한껏 얻으려고 안달하면서도 정작 지혜와 진리, 어떻게 하면 영혼을 최선의 상태에 이르게 할지에 관해서는 관심도 없고 생각도 하지 않는구려. 그런 자신이 부끄럽지 않소.”

 

당시 아테네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소크라테스를 용납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는 죽임을 당했다. 예수도 마찬가지다. 먹고사는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하지만 삶의 모든 문제가 빵 문제로 환원되어 버린 세상은 참으로 끔찍한 세상이다. 모든 것이 자본으로 귀결되는 자본주의 말기 시대에 우리는 인생의 가장 소중한 것을 놓치고 살고 있다. 사랑과 자비, 지혜와 진리 같은 삶의 보다 더 본질적 가치들에 더 많은 관심을 돌릴 때 빵 문제나 부의 불평등 문제도 해소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열리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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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사 2018/08/29 [13:27] 수정 | 삭제
  • 좋은 글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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