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연의 명상일기 218 : 어느 유명 정치인의 죽음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18/08/02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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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권신문=유석태]수연의 명상일기 218 : 어느 유명 정치인의 죽음

어떤 인생을 살았던 죽음 앞에서는 일단 숙연해진다. 소중한 생명을 받아 한 생을 살다가 때가 되어 떠난다는 것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엄숙한 일이다. 그런데 삶의 방식이 중요한 만큼 죽음의 방식도 중요하다. 어떻게 죽느냐는 그가 살았던 삶의 결론이요, 완결판이다. 몇 년 전 어느 전직 대통령의 돌연한 죽음은 우리 국민 모두에게 돌이킬 수 없는 생에 대한 비탄과 허무감을 낳았었는데, 또 한 번 어느 유명 정치인의 죽음은 우리를 한없이 우울하게 한다.

 

그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문득 톨스토이가 떠올랐다. 러시아 혁명기에 살았던 톨스토이는 생의 만년에 다음과 같은 처절한 고백과 참회를 한다.

 

“공포와 혐오와 마음의 아픔을 느끼지 않고는 이 시절을 회상할 수 없다. 나는 전쟁에서 많은 사람들을 죽였다. 죽이기 위해서 남에게 결투를 신청했다, 노름으로 돈을 크게 잃은 적도 있다. 농민들의 피땀어린 결실을 공짜로 먹고는 그들을 처벌했다. 간음도 하고 사람도 속였다. 기만 절도, 온갖 종류의 간음, 술주정, 폭행, 살인 등 내가 하지 않는 죄악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나는 비교적 도덕적인 인간이라고 그때도 생각했고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나는 10년의 세월을 보냈다.” 톨스토이 참회록에 나오는 한 부분이다. 평화주의자, 인도주의자, 비폭력 무저항주의자, 그리고 현대의 현인으로 추앙받고 있는 톨스토이와는 너무나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처절한 고백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디, 마틴 루터 킹, 이광수, 함석헌 등 동시대 많은 지성인들이 어떻게 그에게서 영감을 받고 자신의 삶의 길을 모색했을까? 톨스토이의 스스로에 대한 뼈를 깎는 진실한 참회와 전면적 회심(回心) 때문이 아닐까?”

 

이 아수라 같은 세상에 태어나 어쩔 수 없이 한 생을 살아야 하는 우리 시대 사람들 중에 진정 온전한 사람은 하나도 없는 듯하다. 삶이란 어차피 시행착오의 연속이니 이 시행착오를 통해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 다시 생을 시작하면 되는 것 아닐까? 내면은 온갖 거짓으로 가득 차 있으면서 겉으로 선한 사람인 척 사는 삶보다 차라리 이게 더 가치 있는 삶 아닐까? 문득 보들레르의 말이 맴돌고 지나간다. “인간은 선을 행하지 않으면 악을 행해야 한다. 선도 악도 행하지 않으면 아무런 구원의 가능성이 없다.” 인간은 선을 통해서 구원될 수도 있지만, 악을 통해서도 구원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그가 알았더라면 그는 그런 참담한 죽음을 선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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