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의 묻는다 칼럼] 누드모델의 인권을 짓밟은 게 동료 모델이었다!

배재탁 | 입력 : 2018/05/11 [11:07]

 

[한국인권신문=배재탁] 며칠 전 홍익대학교 회화과 수업 중 몰래 촬영한 남성 누드 크로키 사진이 워마드라는 온라인에 유포됐다. ‘워마드(WOMAD)’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를 합성한 이름으로, 극단적 여성 우월주의와 남성 혐오를 표방하는 커뮤니티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1일 워마드에 ‘미술 수업 남 누드모델 조신하지가 못 하네요’라는 게시물이 올라왔는데, 작성자는 남성 모델의 성기와 얼굴을 공개한 채 성적으로 조롱하는 글을 남겼다고 했다.

 

그런데 경찰 조사 결과 홍대 누드크로키 사건의 범인이 동료 여성 모델로 밝혀졌다. 사소한 말다툼 떄문에 일을 벌였단다.

 

우리나라에선 누드모델에 대한 시선이 그리 호의적이진 않다. 따라서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비밀로 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지만 누드모델도 분명 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상적인 직업의 하나고, 또 그 모델로 자리 잡기 위해선 나름대로 많은 경험과 노력 그리고 일정 기간 동안의 힘든 과정을 거쳐야 한다. 아무나 그냥 벌거벗고 있다고 되는 게 아니다.

 

이 사건 이후 피해자인 남자 모델은 며칠 동안 밥도 못 먹고 대인기피증에, 외출도 못한 상태에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한다. 몇 년간을 열심히 일해서 얻는 직업이고 자리인데, 이번 사건으로 소중한 직업을 잃을까봐 걱정했다. 또한 지인들로부터 그 사진의 인물이 피해자가 아니냐 하는 전화가 오다보니, 가급적 전화도 안 받는다고 했다. 특히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일가친척들이 알까봐 가장 두렵다고 참담한 심정을 토로했다.

 

직업의 속성 상 누드모델은 다른 사람들보다 그들의 인권에 더욱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모델들 입장에선 생계를 유지하고 가족을 부양하는 소중한 직업이다. 만약 누군가가 장난이나 사소한 보복으로 누드모델의 사진을 찍고 유포시킨다면, 그 사람을 매장시킬 수 있고 나아가 극단적 선택으로 귀결될 수도 있다. 그런 걸 누구보다 잘 아는 동료가 사진을 유포하고 조롱하는 글을 작성한 데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한다.

 

가해 여성 모델은 물론 적법한 절차에 따라 법의 심판을 받겠지만, 이미 유린당한 피해자의 인권을 회복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무쪼록 피해자가 빨리 일상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특히 주변에서 ‘알아도 모르는 척’ 하는 게 가장 좋은 도움이라 생각한다.

 

이번 일을 계기로 누드모델처럼 민감한 직업인들의 인권 보호에 대해 보다 큰 사회적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askingnews.com

  • 도배방지 이미지

광고
광고
광고
광고
이동
메인사진
포토뉴스
전정희가 만난 사람 ‘라오스의 숨은 보석, 씨엥쿠앙’
이전
1/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