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의 묻는다 칼럼] GM에 정부 지원, ‘언 발에 오줌 누기’ 될 수도

배재탁 | 입력 : 2018/02/19 [13:17]


[한국인권신문=배재탁]
한국GM이 군산 공장 폐쇄를 결정했다.

근본적인 이유는 GM자동차의 세계적 판매 부진으로, 유럽, 인도, 남아공, 호주에서 이미 철수했고, 거기에 부품 등을 납품하던 군산공장의 매출 감소로 이어졌다는 게 중론이다. 또한 지난 5년간 한국GM이 2조 5천억원의 손실에, 현재 군산공장 가동률이 20%에 불과하다고 한다. 어쩌면 GM입장에서 군산 공장 폐쇄는 당연한 것일 수 있다.

 

이에 따라 군산공장 직원 2천여 명을 포함해, 군산 지역의 1, 2차 협력업체 135곳에 고용된 1만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그 가족들까지 포함하면 약 5만 명, 그들과 관련된 산업까지 합하면 27만 인구의 군산시 지역경제는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된다.

 

한국GM이 우리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주주인 산업은행에서 5,100억원을 유상증자하란 요구다. 이에 우리 정부는 먼저 자구책을 내놓으라고 했다. 정부에서도 고민인 것이 한국GM에 직간접적으로 딸린 전체 근로자가 20만 명에 이르게 때문이다.

 

한편 GM의 손실에 대해, GM 본사가 한국GM을 봉으로 알고 수 천 억 원의 연구개발비를 떠 넘겼다거나 부품을 비싸게 팔았다거나 고리대금업을 했기 때문에 손실이 그렇게 컸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한편으론 근로자들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진 못하다. 판매 부진으로 큰 폭의 적자가 지속됐어도, 노조는 파업을 통해 매년 기본급을 3∼5%씩 올렸고 매년 성과급으로 1만불(1천만원 이상)씩을 가져갔다. 그러나 군산 공장의 생산성은 세계 최하 수준이다. 노조의 나라, 대한민국이니까 가능한 얘기다.

 

문제는 GM과 산업은행이 전체 약 2조원의 유상증자로 자금을 충당하면 정상화되겠는가 하는 점이다. GM은 정부지원을 받아도 정상화가 안 되면 뒤도 안돌아보고 철수할 기업이다. 호주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고, 해외 공장 철수를 아주 잘하는(?) 기업으로 정평이 나 있다. 정부에서 GM에 먼저 구체적인 요구와 정상화 방안을 내라고 했지만 아직은 소식이 없다고 한다.

 

GM사태는 10여 년 전 쌍용자동차 사태와 유사하다.

1999년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자동차가 2004년에 중국 상하이 자동차에 6천 억 원에 팔렸는데, 판매 부진에 빠졌다. 이에 상하이 자동차는 2008년 정부에 지원요청을 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자구노력을 먼저 하라고 했지만 이행하지 않아 지원을 하지 않았고, 결국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많은 희생이 뒤따랐다. 물론 GM의 규모는 그와 비교가 안될 만큼 훨씬 크다.

 

이쯤에서 GM에 묻는다.

“우리 정부가 유상증자 5,100억 원에 참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최소한 10년 이상 공장을 가동을 보장하겠는가?”

 

근로자들에게 묻는다.

“자체적으로 공장 회생 노력을 할 계획은 없는가?”

 

정부에 묻는다.

“유상증자에 꼭 참여해야 하는가? 한다면 어떤 조건으로 할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GM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미국차는 인기가 없고, 회생할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우리나라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이 바로 이 것이다. 자금지원을 해봤자 그 돈 떨어지면 바로 철수, 즉 지금 5,100억원 유상증자를 한들 ‘언 발에 오줌 누기’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데 있다.

또 큰 손실이 나고 생산성은 세계 최하위권인데도, 한국GM 노조는 파업을 일삼으며 무리하게 임금만 올려달라고 해온 것도 문제다.

 

정부는 냉정하게 이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공장폐쇄와 사업 철수의 전문가(?)인 GM이 결코 손해나는 협상을 할 리 없기 때문이다.

한 번 요구를 들어주면 약아빠진 GM이 언제 또 어떤 요구를 해 올지 모른다. 이미 들어간 돈이 있으니 지원을 요구할 때마다 할 수 없이 계속 지원하다 보면 점점 빠져들어, 결국 세금으로 한국GM을 먹여 살리게 될지 모른다.

 

해외 기업을 무조건 붙잡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당장은 힘들더라도 안 될 것 같으면 과감하게 포기하는 것이 국가 경제를 위하는 길일 수 있다. 또 그것이 ‘공정하고 정의로운’ 당당한 국가의 모습이다.

한편 GM이 자구 노력을 할 수 있도록 근로자들도 슬기롭게 대처해야 한다. 시위하고 떼쓴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오히려 외국인들 입장에선 넌덜머리가 나서, 한국에서 무조건 철수하자는 결론이 날 수 있다.

어차피 GM에 희망이 안 보인다면 근로자들이 스스로 ‘명예퇴직할테니, 명예퇴직금과 퇴직금 주고 공장 폐쇄하라’고 협상하는 게 더 나을 수도 있다.

 

정부와 근로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 필자는 지난 IMF 시절, 퇴직금조차 한 푼 못 받고, 다니던 회사가 문 닫은 적이 있었다. 그 후 상당기간 고생했고, 인생에 그 여파가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해당 근로자들의 마음을 모르는 바가 아니란 의미에서 말씀드리며, 지혜롭게 대처하시길 진심으로 바란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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