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탁의 묻는다 칼럼]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로 오라 하라

배재탁 | 입력 : 2018/02/13 [14:00]


[한국인권신문=배재탁]
북한 김정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을 초청했고, 이에 문대통령은 “여건이 되면 성사시키겠다”고 답했다.

또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 등 남측 지역을 방문하고 돌아온 고위급대표단으로부터 12일 방남 결과를 보고 받은 자리에서, 김 위원장은 "이번 올림픽경기대회를 계기로 북과 남의 강렬한 열망과 공통된 의지가 안아온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시켜 훌륭한 결과들을 계속 쌓아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했다.

 

속내야 어떻든 북한 측에서 남북대화와 정상회담을 하자는 분위기다.

그런데 여기에서 북한 당국에 묻고 싶은 게 있다.

“왜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늘 북한으로 가야 하나?”

김대중 대통령의 방북 때에는 처음이니까, 또 다음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얘기가 있었으므로 그랬다고 치자.

노무현 대통령의 방북은 노대통령이 연배가 아래고, 노대통령 쪽에서 원해서 이루어진 만남이라 또 그랬다고 치자.

 

이번 초청에 또 방북을 해야 하나?

북한 김정은 위원장 나이가 문재인 대통령 나이의 절반도 안 된다.

물론 국가 정상끼리의 만남인데 나이가 그리 중요하겠나만, 그래도 국가 간 예의란 것도 있다. 게다가 이번이 세 번째 만남이다. 한번 쯤 답방할 때다.

또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던 사진을 보면, 노무현 대통령은 밝게 웃지만 김정일 위원장은 근엄한 표정을 짓고 있다.

 

 

만약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이 방북을 해서 김정은 위원장과 사진을 찍는다면 이와 비슷한 모습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문재인 대통령은 형식보다 내용이 중요하다며 방북을 원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은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대통령 개인이 원해도 국민들이 반대하면 하지 말아야 한다. 좀 안 좋은 표현이지만 ‘얼라가 부른다고 아버지뻘 되는 할배가 달려가는’ 모습이 국민 입장에선 보기에 아주 좋지 않다. 그 자체로 북한 주민들에게 좋은 선전거리가 될 수도 있다. 나는 우리나라 대통령이 북한에서 오란다고 쪼르르 가서, 권위적인 표정을 한 나이 어린 독재자와 웃으면서 악수하는 장면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

 

북한 통치자들은 다른 데를 못 가나, 안 가나?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로 오면 이미지가 실추되나? 만약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본인의 말처럼 정말 “화해와 대화의 좋은 분위기를 더욱 승화 시키”고 싶다면, 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할 게 아니라 어디서든 만나자는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 서울에 온다면, 북한 입장에서는 오히려 대외적인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다.

 

필자는 늘 남북대화는 계속 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고, 남북 정상회담에도 반대하지 않는다. 다만 이번 정상회담만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서울로 오라 하라고 싶다. 만약 어떤 이유든 그럴 수 없다면, 우리는 “없던 일로 하라” 할 만큼 배짱을 가지고 해야 한다.

일방적으로 하라는 대로 하며 끌려 다닐 이유가 없다.

 

편집국장 배재탁 ybjy090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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