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차려’ 중대장, 쓰러진 훈련병에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 못 가잖아”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4/06/12 [17:48]

▲ 12일 군인권센터가 공개한 A훈련병의 사망진단서 (군인권센터/제공)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얼차려 사망 훈련병 사인은 패혈성 쇼크에 따른 다발성장기부전

 

12사단에서 한 육군 훈련병이 군기훈련(얼차려)을 받다가 쓰러져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가해자인 중대장이 군기훈련 중 쓰러진 훈련병에게 “일어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권센터는 12일 서울 마포구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숨진 훈련병의 강릉아산병원 사망진단서 등 의무기록을 공개했다. 사망 당시 병원 기록에 적힌 직접 사인은 ‘패혈성 쇼크’, 사망진단서에 기재된 직접 사인은 ‘다발성 장기부전’이었다.

 

이날 센터가 공개한 사건 경위에 따르면, 취침시간에 말을 했다는 이유로 지난 5월 23일 오후 4시 30분부터 타 훈련병 5명과 함께 완전 군장을 맨 채로 선착순 뛰기, 팔굽혀 펴기, 구보 등 규정을 위반한 얼차려를 받던 A훈련병은 구보 중이던 오후 17시 20분경에 쓰러졌다.

 

얼차려 현장에는 중대장, 부중대장, 조교 3명이 있었고 A훈련병이 쓰러지자 의무병이 달려와 맥박을 체크했는데, 이를 본 중대장이 ‘일어나, 너 때문에 애들(얼차려를 받던 다른 훈련병들)이 못 가고 있잖아’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계속해서 A훈련병이 일어나지 못하자 조교 중 한 명이 열사병 키트로 추정되는 것을 처치했으나 차도가 없었고, 결국 부축해 신병교육대대 의무실로 데려갔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사람이 쓰러지면 괜찮냐고 물어보는 게 상식적이지 않냐”며 “훈련병이 쓰러져 가혹행위를 못 한다는 얘기인데 상당히 문제가 많은 발언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인식이 훈련병을 죽음으로 내몬 것 아니겠냐”고 지적했다.

 

또한 센터는 해당 부대의 초동 조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센터에 따르면, 훈련병의 유가족이 지난 11일 오후 군 병원을 찾아 12사단 신교대 의무실 의무기록사본 발급을 신청했지만, 해당 군병원은 어떠한 의무기록도 없다는 답변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임 소장은 “군사경찰이 유가족에게 설명한 대로 훈련병이 쓰러진 후 의무실부터 간 것이 사실이고, 육군 공보과장이 언론 브리핑에서 밝힌 바처럼 군의관이 응급구조사와 수액, 체온 조절을 위한 응급조치를 진행했다면 의무기록이 존재하는 것이 정상”이라면서 “그런데도 기록이 없다는 것은 명백히 관계 법령을 위반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대장이 의료진에게 가혹 행위 당시 상황을 축소해 진술했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센터는 A훈련병이 쓰러진 뒤 후송되는 과정에서 구급차의 선탑자가 중대장이었기 때문에 중대장이 상황 전후를 의료진과 간부들에 설명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최초로 사건 발생 당시 상황을 12사단 신교대 군의관, 간부, 속초의료원 의사 등에게 진술한 사람이 중대장이 맞는지, 맞다면 중대장이 완전군장 하 50분 동안 선착순 달리기, 팔굽혀펴기, 구보 등 가혹한 얼차려를 강제했다는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진술했는지 면밀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얼마든지 상황을 축소해서 보고할 수 있는 우려가 있는 사람을 환자 보호자 역할을 수행할 선탑자로 보냈다는 것은 그 자체로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끝으로 센터는 “이미 확보된 사실관계 만으로도 중대장, 부중대장 등 가해자들은 A훈련병을 사망에 이르게 한 원인을 제공한 사람들로, 즉시 구속 수사해야 한다”며 “강원경찰청은 언론플레이를 중단하고 강제 수사부터 돌입하라”고 촉구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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