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간 남성만 이장으로 선출…인권위 “여성 배제하는 관행은 차별”

한국인권신문 | 입력 : 2023/06/08 [13:18]

▲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인권신문=백종관 기자] 

 

- “농촌 지역사회의 의사결정 과정 성평등하게 재편되어야”

 

60여년 간 이장을 남성만 뽑은 마을의 관행이 여성을 배제하는 ‘간접 차별’이라고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의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남성만을 마을 이장으로 뽑아온 사례를 확인하고 관계 당국에 여성에 관한 간접 차별 소지가 있는 이장 선출 제도를 개선·정비하라고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전라북도의 한 마을에 거주하는 주민 A씨는 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에게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장 선출에서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라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에 해당 마을을 관할하는 B군수는 “이장 임명에 관련된 제 규정에 성별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성차별이 아니라 달리 조치할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마을 개발위원회가 추천한 사람을 심사해 이장으로 임명할 뿐이라는 것이다.

 

우선 인권위 차별시정위원회는 피해자가 구체적으로 특정되지 않아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해당 진정은 각하했다.

 

다만 인권위는 ▴마을 주민 절반 이상이 여성인 점 ▴이장 자격을 남성으로 한정하고 있지 않음에도 여성 이장 비율이 현저히 낮은 점 등을 고려할 때 해당 지역의 이장 선출과 임명 기준이 겉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나 여성주민에게 차별적 영향 및 효과가 있음이 통계적으로 확인되므로 간접 차별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정책 권고를 검토했다.

 

특히 해당 마을에서는 지난 60여 년간 여성이 이장으로 추천되거나 임명된 사실이 없었고, 개발위원 등 소수 남성의 주도로 이장 후보 추천이 이루어졌으며, 관행적으로 여성은 추천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마을 총회는 마을회관에서 진행됐는데, 남성과 여성이 별도의 방에 모인 상태에서 남성만으로 구성된 방에서 피추천인이 호명되고 남성에 의해 만장일치로 선출되는 등 의사 결정 과정에서 여성을 배제한 관행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행정리의 이장은 법령과 조례에 근거하여 지자체 행정 업무를 지원하는 등 공적 업무를 수행하고, 지역 행정부터 주민 복리에 이르기까지 주민의 대표자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여성의 피선거권이 사실상 배제되는 현실을 간과한 채 마을에서 추천한 자를 이장으로 임명한 것은 결과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한 영향을 초래한 행위”라고 봤다.

 

이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B군수에게는 행정리 이장을 추천하는 개발위원회에 여성 참가를 보장하도록 하고, 행안부 장관에게는 이 사건 지자체를 포함한 전국 지자체의 하부 조직 운영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도록 했다. 또 여가부 장관에게는 민주주의 풀뿌리 단계에서부터 여성 참여를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백종관 기자 jkbaek1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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